여윈 당신의 두 손에 내 영혼을 얹었지요 안개 자욱한 부카레스트 역, 혁명을 위해 당신은 떠났지만 손금을 점치듯 당신이 탄 열차의 종착지가 내 손목 끝 동맥에 와 닿기를요. 아, 지난 밤 우리의 섹스는 격렬했어요 사정의 순간에도 당신은 베개 밑에 감춰 둔 나간트 리볼버의 방아쇠를 놓질 않았죠 나의 오르가즘은 나의 기도였어요. 당신이 내 눈을 들여다보며 흘린 눈물의 의미를 이젠 알아요 소련제 모신나간트 소총에 내 아비의 두개골이 박살났을 때 내 어미가 흘린 눈물의 미리를요. 나는 지금 자폭하지만 내 손금 속 세계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어요 회귀선 너머 태양이 북상하는 곳, 내 뱃속에 꿈틀내는 아기와 당신이 후생을 약속하신 곳을요. ㅡ김봉식, 검은 미망인