느닷없이 너 마주친다 해도 그게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물건을 고르고지갑 열고 계산을 치르고 잊은 게 없나 주머니 뒤적거리다 그곳을 떠나듯 가끔 손댈 수 없이 욱신거리면 진통제를 먹고 베개에 얼굴을 박고 잠들려고 잠들려고 그러다가 젖은 천장의 얼룩이 벽을 타고 번져와 무릎 삐걱거리고 기침 쿨럭이다가 왜 그럴까 왜 그럴까 도대체 왜 그래야 할까 헛손질만 하다가 말듯이 대접만한 모란이 소리 없이 피어나 순한 짐승의 눈처럼 꽃술 몇 번 껌벅이다가 떨어져 누운 날 언젠가도 꼭 이날 같았다는 생각 한다 해도 그게 언제인지 무엇인지 모르겠고 길모퉁이 무너지며 너 맞닥뜨린다 해도 쏟아뜨린 것 주워 담을 수 없어 도저히 돌이킬 수 없어 매일이 그렇듯이 그날도 껌벅거리다 주머니 뒤적거리다 그냥 자리를 떠났듯이 ..